존 로크
존 로크(John Locke, 1632~1704)
존 로크는 영국의 철학자로, 영국 경험론의 아버지로 불리며 정치 철학자로서도 매우 유명합니다. '통치론' 등의 저서에 서 드러나는 로크의 자유주의적인 정치사상은 명예혁명을 이론적으로 정당화하고 있으며, 그 가운데에서 드러나는 사회 계약과 저항권에 관한 사고는 미국 독립선언과 프랑스 인권선언에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또한 정치학과 법학 분야에서는 자연권론과 사회 계약의 형성에, 경제학 분야에서는 고전파 경제학의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습니다.
타불라 라사
서론
수능을 준비하거나 어떤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가르칠 때, 정말 자주 듣는 말은 '성적을 올리는 방법'이나 '공부법'이 아닙니다. 제 경험상 정말 많은 학생들이 물었던 질문은 바로 "재능은 노력으로 극복되나요?"입니다. 보통 이 질문은 시험에서 노력한 만큼 좋은 성적을 얻지 못한 친구들이 많이 묻습니다. 하지만 제가 함부로 결론을 단정 짓기에는 그 말이 하는 무게와 그 학생들의 마음에 크게 공감이 가기에 쉽게 대답을 할 수 없습니다. 저 역시도 학창 시절에 당연히 수험생활을 해봤고, 그러한 질문을 하는 학생들의 마음이 누구보다 아플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노력과 재능의 끊임없는 논쟁에 대한 명확한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지만, 이와 관련된 한 철학자의 주장을 소개드리고자 합니다. 이번 글을 읽으시는 분들 한 분, 한 분마다 다른 생각을 가지고 계시겠지만, 이 글이 답을 못 내리신 분들과 노력과 재능 그 사이에서 방황하는 분들에게는 현명한 결정을 내리기 위한 조언이 되기를, 이미 답을 알고 계신 분들께는 미래를 내다 보기 위한 한 줌의 통찰력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본론
타블라 라사(tabula rasa)는 라틴어로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은 석판'이라는 의미로 타불라는 태블릿(tablet), 즉 판이라는 단어가 그 어원입니다. 존 로크는 영국 경험론을 창시한 철학자로 잘 알려져 있지만 대학에서는 의학을 공부하였으며, 해부학에 관한 저서도 남긴 인물입니다. 로크는 그가 주장한 경험론에서처럼 실제로 의사로서 많은 영유아를 접해 본 경험을 통해, 태어날 때 사람의 심성은 아무 것도 쓰여 있지 않은 석판, 즉 타블라 라사와 같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존 로크가 도달한 결론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어떤 일이든 실제로 존재하는 것에 대한 우리의 생각, 즉 현실 세계에 관한 이해는 직접 감각을 통해 얻은 경험에 의해 이끌리든가 아니면 간접 경험으로부터 도출된 요소가 바탕이 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아주 당연하게 들릴 것입니다. 하지만 때때로 우리는 사람과 대화할 때, 그 사람이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를 더욱 정확하고 명확하게게 이해하려면 그 사람이 무엇을 긍정하고 있는지보다 무엇을 부정하고 있는지를 아는 것이 더 중요할 때가 있습니다. 마치 저녁 메뉴를 고를 때, 좋아하는 것을 찾는 것이 아니라 싫어하는 것을 제외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철학에서도 이러한 사고방식은 유용합니다. 존 로크는 두 위대한 철학자의 사고를 부정했습니다.
그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바로 데카르트입니다. 너무나도 많은 것을 해냈고, 철학 분야 뿐만 아니라 수학과 과학, 의학까지 그리고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말을 남긴 데카르트에 대한 내용은 다른 포스팅에서 알아보도록 하고, 여기서는 존 로크가 왜 데카르트의 철학적 사고를 부정하였는지를 중점적으로 알아보고자 합니다. 존 로크는 세상을 단순한 사고와 연역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즉 경험에 의지하지 않고 세상을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다는 데카르트의 주장을 단호하게 부정했습니다.
존 로크가 부정한 또 다른 사람은 플라톤입니다. 존 로크는 이데아와 관련해서,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전생에서 얻은 지식을 갖고 있다는 플라톤의 주장을 강하게 부정했습니다. 그는 사람이 태어날 때는 백지 상태이며 그 위에 경험이 채색되면서 점차 현실에 관한 지식과 이해가 구축된다고 믿었습니다.
플라톤의 주장에 대한 존 로크의 반박이 지금이라면 당연하게 여겨지는 사고에 해당하지만, 존 로크가 살던 당시 사회에서 이러한 사고는 획기적인 것이었습니다. 누구나 태어날 때 마음 상태가 백지라는 것은 인간에게 타고난 우열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귀족과 왕족의 자손이든 장인이나 백성의 자식이든 타고난 우열은 없고 개인의 소양은 모두 태어난 후에 어떠한 경험을 하느냐에 따라 결정되고, 이는 교육에 의해 인간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특히 이 사고관은 프랑스에서 대중도 교육을 받게 됨으로써 사회적인 예속 상태에서 해방되어 모두가 평등한 입장에 선다는 신념을 형성하는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결론
로크가 주장하는 핵심 주제가 '사람은 경험과 학습에 의해 얼마든지 배울 수 있다는 것이라면 이 주제는 인생의 어느 시점에나 적용해 볼 수 있습니다. 인간의 수명이 100세에 이르는 시대에는 '다시 새롭게 배우는 일'이 매우 중요한 화두입니다. 특히 오늘날처럼 기술의 발달이 유래없이 빠른 사회에서는 한번 배운 지식이 금세 진부해지고 마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러한 사실을 생각할 때, 현대 사회에서는 자신의 경힘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는, 다시 말해 자기 자신을 초기화시킬 수 있느냐가 관건입니다. 머릿속을 새하얀 석판, 즉 타불라 라사 상태로 되돌릴 수 있을지, 그리고 되돌렸을 때 거기에 의미 있는 경험과 지식을 새겨 넣을 수 있지, 이 두 명제는 앞으로도 중요한 논점이 될 것입니다.
한 줄 요약
타고난 능력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경험을 통해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존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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